호랑이 선생님도 이기지 못한 간암 - 소화기내과 김병호 교수

등록일 2017년04월06일 23시39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소리 없이 다가오는 위협
호랑이 선생님도 이기지 못한 간암


천수를 누리며 건강하게 사는 것은 모든 사람의 소망이다. 사람들은 그 소망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지만, 수많은 위험은 항상 우리의 주변에 도사리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우리나라 국민 건강을 소리 없이 위협하고 있는 것이 있으니, 바로 40대와 50대 남성 사망률 1위이고 폐암 다음으로 사망자 수가 많으며, 1년에 무려 1만 2천명에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하는 ‘간암’이다.

글. 소화기내과 김병호 교수
(전문분야. 간염/간경화/간암)
사진. 김형섭

간암은 평균 생존기간이 불과 16개월밖에 되지 않는 치료가 쉽지 않은 질병이며, 치료가 잘 되었다 하더라도 재발률이 반 이상일 정도로 재발이 흔한 암이다. 이렇게 심각한 질환임은 분명하지만, 최근 진단과 치료에 있어서 많은 발전이 있었다. 영상의학의 발달로 조기 진단이 가능해졌고, 조기에 치료를 받으면 완치도 가능하다. 그러나 간은 침묵의 장기로 소리 없이 암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정기적인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간암에 대한 최근 치료 경향과 관리법에 대해 알아보자.

간암의 종류와 원인은?

간암은 간에 발생한 악성 종양을 뜻한다. 악성 종양이란 우리 몸의 통제를 벗어나 제멋대로 자라고 퍼지는 세포로 구성된 종양을 일컫는다. 간에는 간세포, 담관세포, 혈관세포 등 다양한 세포들이 있으며, 이러한 세포들이 악성화 되면서 암으로 발전한다. 예를 들면 간세포가 악성화 되면 간세포암, 담관세포가 악성화 되면 담관세포암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간에 발생하는 전체 악성 종양의 90% 정도가 간세포암으로 제일 많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간암이라 함은 간세포암을 지칭하게 된다. 간암은 대부분 만성 간질환 환자에서 발생한다. 그 중 만성 B형 간염은 우리나라에서 간암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으로, 간암의 약 70%가 만성 B형 간염으로부터 발생한다. 만성 C형 간염이나 알코올성 간경화(간경변)도 간암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며, B형 또는 C형 간염은 전자현미경으로나 관찰이 가능할 정도의 미세한 바이러스가 간세포에 감염되어 발생하는 질환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우리 민족이 B형 간염 바이러스와 인연을 맺은 것이 적어도 3,000년에서 10만 년 전이라 하니, 단군 시절의 선조들도 만성 B형 간염에 시달리며 살았을 가능성이 높았다는 점이 새삼 놀랍게 다가온다. 최근 반세기 동안 B형 간염과 C형 간염에 대해 많은 사실들이 밝혀지게 되었는데 이에 따라 정밀 진단법과 예방법이 개발되었고, 항바이러스제가 치료에 적극 이용되고 있다.

조기진단이 가능한 간암

간암은 영상검사만으로도 진단이 가능하며 일반적으로 만성 간질환이 있는 환자는 6개월마다 간초음파검사를 받도록 권고한다. 간초음파검사는 비교적 간단히 시행할 수 있는 영상검사지만 정확도는 다소 떨어진다. 이러한 단점을 개선한 CT와 MRI 등의 첨단 영상장비는 1cm 크기의 콩 만한 작은 간암까지도 진단이 가능하다. 크기가 너무 작아서 진단이 확실하지 않은 경우는 3개월마다 초음파검사를 시행하여 변화를 관찰하며, 영상검사로 확실한 진단이 안 되는 경우에는 조직검사를 시행하여 진단하기도 한다.무엇보다도 간암은 조기 진단이 가능한 질병이다. 특히나 만성 B형 간염 환자는 간암 발생위험도를 맞춤형으로 계산해낼 수 있어서, 혈액검사 결과로 개별 환자의 위험도 추정이 가능하다. 만성 C형 간염과 알코올성 간경화 환자도 간암 발생위험이 높기 때문에 정기검사의 대상이 된다. 고 위험군으로 판정되면 6개월마다 초음파검사와 암표지자 혈액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간경화 환자들은 초음파검사와 CT검사를 번갈아 가며 하기도 한다.

간암의 치료법과 선택

간암의 치료법은 다양하며, 적절한 정기검진으로 초기에 발견되면 완전한 치료가 가능하다. 치료법으로는 수술, 고주파소작술, 간동맥화학색전술, 토모테라피(방사선치료), 간이식, 항암치료 등이 있으며, 각 치료는 장단점과 제한점이 있고 비용도 다르기 때문에 상태를 정확히 판단하여 최적의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치료법의 선택은 종양 크기와 개수, 혈관침범 여부 등을 고려하여 결정한다. 이와 함께 간 기능이 얼마나 좋은가 하는 것도 치료방침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간 기능이 좋으면 여러 치료법의 적용이 가능하다. 가장 확실한 간암 치료는 수술로 종양을 잘라내는 것이나, 정기검사를 받지 않고 지내다가 발견된 환자는 상태가 진행되어 수술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수술은 종양을 확실히 제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합병증이나 입원기간이 길어지는 단점이 있다. 최근에는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한 복강경 간절제가 사용되고 있다. 간이식도 확실한 치료법의 하나이며, 간경화를 동시에 치료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다른 사람으로부터 건강한 간을 얻어야 가능하다. 간이식을 받은 경우에도 간암이 재발할 수 있고 면역억제제 사용 등 평생 관리가 필요함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꾸준한 관리가 중요

간암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전신 상태가 양호해야 하기에 균형적인 영양 섭취, 금주, 금연, 적절한 운동이 중요하다. 영양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기류와 채소류를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짜거나 자극적인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건강식품이나 생약, 민간요법, 인터넷이나 잡지 등에 떠도는 근거 없는 치료는 멀리해야 하며, 약 복용이 필요한 경우는 의사에게 자신의 상태를 알리고 처방 받아야 한다. 술은 간에 추가적인 손상을 주므로 절대 금주하여야 하며, 운동은 근육량을 유지하고 우울증이나 스트레스, 변비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필요하면 A형 간염 예방접종을 받고, 가을철에는 독감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 좋다. 간암 환자는 간암 치료 외에 원인 질환의 치료, 즉 B형 간염이나 C형 간염 치료도 같이 받아야 한다. 국내 간암치료 수준은 세계적이지만, 간암의 특성상 5년 생존율이 20%에 불과하다. 즉, 5명의 간암 환자 중 1명만 5년 이상 생존할 수 있다는 의미인데, 그 이유는 진단 당시 이미 진행된 경우가 많고 치료 후 재발률도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간암 위험도가 높은 만성 B형 간염, 만성 C형 간염, 알코올성 간경화 환자는 6개월마다 간암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며, 일단 간암이 발생한 환자는 치료가 잘 되었다 하더라도 재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검사를 지속적으로 받아야 한다.

예방법 및 간암에 관한 잘못된 상식

간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B형 간염 예방접종을 받고, 과도한 습관적 음주를 회피해야 한다. C형 간염은 무분별한 성생활이나 마약주사를 통해 전염되는 경우가 많고, 문신이나 피어싱을 통해서도 전염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미 간경화를 앓고 있는 환자는 절대 금주하여 추가적인 간 손상을 피해야 한다. 간암은 형제나 부모에게 같이 발생하는 경우가 흔해서 유전이라고 잘못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간암 대부분이 B형 간염으로부터 발생하는데, 바로 B형 간염 자체가 수직감염(또는 모자감염)으로 전파되는 경우가 많아서 마치 유전병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예방접종 효과가 좋기 때문에 집안에 B형 간염 환자가 있더라도 예방접종만 받으면 동거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입을 통해 전염되는 경우도 거의 없어서 식사를 같이 하여도 무방하다. '간암 치료에 좋은 음식이 있는가?' 라는 질문에는, 결론부터 말하면 'NO'다. 간암치료에 좋은 '특별한 음식'은 없으며, 좋다고 하는 한 가지 음식을 집중적으로 편식하는 것을 피하고 여러 가지 음식으로 균형잡힌 영양을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간암 치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가의 치료나 새로운 치료법이 아니라, 진단을 빨리 하고 상태에 따라 적절한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아울러 치료 후 재발 방지에 대해 지속적인 관리를 받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홍보팀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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