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 초대석] 한방알레르기•호흡기내과 정희재 교수

등록일 2017년04월10일 01시07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고치지 못할 땀이란 없다


늘 손이 축축하다. 공부라도 할라 치면 연필이 자꾸만 손에서 미끄러진다. 문제집도 비 맞은 것 마냥 곧 눅눅해진다. 단짝 친구와 손을 잡고 걷는 건 너무도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병’으로 나는 땀은 얼마든지 좋아질 수 있다. 한방알레르기•호흡기내과 정희재 교수가 오늘도 끊임없이 다한증을 연구하는 이유다.

한방알레르기•호흡기내과 정희재 교수


손발다한증이 있는 아이들은 손이 흥건히 젖을 정도로 땀을 흘려요. 얼굴다한증을 지닌 아이들은 조금만 움직이거나 밀폐된 공간에 들어가면 얼굴이 갑자기 달아오르면서 땀을 쏟아내죠.


손발에 땀이 뻘뻘, 다한증


가만히 있어도 땀이 주룩 흐르는 여름이다. 땀 줄기를 따라 축축해진 옷 때문에 불쾌지수도 덩달아 오른다. 그런데 이 고통을 사시사철 겪는 사람들이 있으니 바로 다한증 환자다. 다한증은 자율신경계의 이상 등으로 땀이 과도하게 분비되는 증상이다. 한방알레르기 . 호흡기내과 정희재 교수는 청소년에게 많이 발생하는 다한증을 손발에 땀이 집중되는 손발다한증과 얼굴에 땀이 나는 얼굴다한증으로 설명한다. “손발다한증이 있는 아이들은 손이 흥건히 젖을 정도로 땀을 뚝뚝 흘려요. 책을 집으면 종이가 금방 눅눅해지고 연필 쥐기도 힘들어서 공부를 못 하겠다는 아이가 많아요. 얼굴다한증을 지닌 아이들은 조만 움직이거나 밀폐된 공간에 들어가면 얼굴이 갑자기 달아오르면서 땀을 쏟아내죠.”

다한증은 대인관계와 사회생활에 많은 어려움을 가져온다. 피곤해지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증상은 더 심해진다. 때문에 손발다한증은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청소년이 전체 환자의 80%를 차지한다. 이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불편은 친구와 손을 잡지 못한다는 것. 양말이 금세 축축해지면서 퍼지는 발 냄새, 흐르는 땀에 대한 남들의 시선 때문에 한창 예민할 나이에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되기도 한다.


정상의 90%까지 좋아질 수 있어


그런데 얼굴다한증으로 흘리는 땀과 더워서 흘리는 땀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정 교수는 얼굴다한증을 지닌 아이들은 더위뿐 아니라 추위도 많이 탄다고 지적한다. 손발다한증이 있는 아이들은 손이 흥건히 젖을 정도로 땀을 흘려요. 얼굴다한증을 지닌 아이들은 조금만 움직이거나 밀폐된 공간에 들어가면 얼굴이 갑자기 달아오르면서 땀을 쏟아내죠. “부모님 중에 자기 아이는 열이 많아서 어릴 때부터 차가운 것만 찾았다는 분이 많아요. 그런데 이런 아이들을 가만 보면 얼굴뿐 아니라 목 주위에도 땀이 난다든지, 편도가 부은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죠. ” 사실 땀은 정상적인 생리 현상이다. 그래서 아무리 막아도 그 한계가 있다. 다한증 치료는 나지 말아야 하는 땀, 즉 병리적인 땀을 막아 생활의 불편함을 없애주는 데 목적이 있다. 손발다한증은 침 요법, 전기 자극으로 땀샘을 마비시키는 전기영동법, 옆구리와 등에 전기 자극을 줘 자율신경을 조절하는 텐스 요법으로 치료한다. 이후 지속적으로 연고를 바르면서 한 달 간격의 치료를 통해 땀을 조절하면 정상의 70~90%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얼굴다한증 환자는 코 구조와 점막 등을 살펴본 후 그에 맞는 한약을 처방한다. 코 점막이 붉은지 창백한지, 얼마나 말라있는지에 따라서 처방하는 약이 완전히 달라진다.


손발다한증은 유산소 운동, 얼굴다한증은 줄넘기가 좋아


다한증 치료는 환자의 노력도 굉장히 중요하다. 커피와 콜라, 초콜릿, 차처럼 카페인이 많은 음식은 줄이고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평소 생활습관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주로 긴장해서 발생하는 손발다한증 환자를 살펴보면 성격이 급한 경우가 많아요. 복식호흡을 통해 천천히 들이쉬고 내쉬는 연습을 하면 조급함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이 됩니다. 평소에는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걸으라고 합니다. 심장이 항상 빠르게 뛰는 것처럼 느끼도록 자율신경을 안심시키는 거죠. 유산소 운동도 효과적입니다. 다른 부위에 땀을 내면 상대적으로 손발 땀이 줄어들거든요. 얼굴다한증 아이는 줄넘기가 필수예요. 어깨를 움직이면서 자연스럽게 호흡이 원활해지니까요. 하지만 운동이 아니라 강제로 땀을 내는 사우나, 반신욕, 족욕은 피해야 합니다.”


의사는 도울 뿐, 치료는 환자의 몫


지금은 어려운 한자도 술술 읽어 내리는 정희재 교수지만, 사실 한의대 1학년 때까지만 해도 한문을 싫어했었다며 웃으며 고백한다. 그러나 한약을 다뤘던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보고 자란 환경은 치료를 하나의 ‘생활’로 다가가게 했다. 특별한 수술 없이도 병을 낫게 하는 한의학에 관심을 두다 보니 어느덧 이 길로 들어서게 됐다. 조화와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학문의 영향일까, 그는 자신이 그저 도와주는 사람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치료에 있어 의사의 역할은 6할이라고 봅니다. 나머지 4할은 환자에게 달려있어요. 생활의 변화를 통해 고치는거죠. 청소년 시기는 몸이 커 나가는 때라서 얼마든지 좋아질 수 있어요. 다한증 아이를 치료할 때도 스스로 병을 이겨내도록 권유합니다. ‘이런 방법이 있는데 어떻게 할래’라고 물어보는 거죠. 본인의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6개월이고 1년이고 약만 계속 쓰는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의사라면 환자 편에서, 환자가 따라올 수 있는 길을 제시해야 한다고 믿는 정 교수. 그의 머릿속은 환자를 낫게 해주자는 일념뿐이다. 미리미리 준비하는 게 삶의 철학이라던 그의 말처럼, 오늘도 정희재 교수는 환자를 더 편하게 해주는 방법을 ‘준비’하고 있다.

홍보팀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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