癌 이겨낸 당신, 사회서 홀로 설 수 있게

등록일 2017년03월09일 03시03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한수련 경희의료원 직업 상담사…
50여 명의 마음 치유, 구직 도와


"이제야 진짜 암에서 벗어난 기분이네요. 고마워요 선생님."

지난달 27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의료원. 자궁암(癌) 완치 판정을 받은 이모(여·58)씨가 웃으며 작별 인사를 건네자, 이 병원 자원봉사자 한수련(48·사진)씨가 "제가 해드린 게 뭐 있다고"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2015년 10월 자궁암 판정을 받은 이씨는 홀로 병마(病魔)와 싸우며 우울증이 심해졌고 직장도 그만뒀다. 병상에서 일어서고도 세상과 담을 쌓았다. 그런 그에게 지난해 10월 한씨가 손을 내밀었다. 매주 한 번씩 상담하며 이씨가 다시 사회에 자리 잡을 방법을 함께 고민한 것이다. 이날 이씨는 "고용노동부 고용센터에 구직자로 등록했다"며 "이제 스스로 일어서겠다"고 했다.

한씨는 2013년부터 경희의료원에서 암환자와 가족에게 무료 직업 상담을 해주고 있다. 그동안 50여 명을 만났다. 한씨가 다니던 취업컨설팅업체와 경희의료원이 '직업 및 인생 상담 프로그램'을 시작한 게 계기였다. 이후 2015년 국방전직교육원으로 일터를 옮기고도 개인적으로 재능 기부를 이어오고 있다. 그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일어서는 분들을 보며 '재기의 비결'을 배우는 마음"이라고 했다.

한씨가 처음 만난 사람은 암으로 남편을 떠나보낸 박모(여·48)씨였다. 기초생활수급으로 근근이 살고 있었다. 한씨가 고심 끝에 내린 처방은 '고등학교 졸업장'이었다. 중졸 학력의 박씨가 두 딸을 돌보려면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는 박씨 직업을 찾아주는 것은 물론, 야간고등학교에 다닐 수 있게 도왔다. 현재 박씨는 한 전문대학에서 공부하며 사회복지사의 꿈을 꾸고 있다.

암 환자의 5년 이상 생존율은 70%를 넘었다. '암은 불치병'이라는 말은 옛말이 된 것이다. 그러나 병상에서 벗어난 뒤 사회에 다시 자리 잡게 하는 프로그램은 드물다. 한씨는 "암 완치자는 재발 우려 때문에 업무 강도가 높은 일을 하기 어렵다"며 "적합한 일을 찾아줘야 한다"고 했다. "암세포만 걷어낸다고 병이 끝나는 게 아니에요. 그들 마음까지 치유해 홀로 설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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