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두는 의사, 基道五得(기도오득)의 경지에 이르다

재활의학과 윤동환 교수, '제25회 의사명인전 친선 바둑대회' 우승

등록일 2010년01월06일 14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서울특별시의사회가 지난 6일 시의사회관 회의실에서 개최한 '제25회 의사명인전 친선 바둑대회'에서 윤동환 경희의대 교수(재활의학과/좌측 사진)가 아마 2급 이상이 참여하는 A조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평소 환자들을 돌보던 의사들이 바둑돌을 집어 들어 그 동안의 갈고닦은 기량을 겨룬 끝에 우승을 차지한 재활의학과 윤동환 교수를 만나보았다. 
 

“바둑은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하는 것, 지지 않는 사람은 이기지도 않는 사람“


어렵게 성사시킨 인터뷰 첫 인사로 축하 메시지를 전하니 부끄럽다며 크게 손사래부터 쳤다. 병원에 있는 바둑판에 흰 바둑돌을 올려놓으며 가만히 우승소감을 물어보았다.


“나현 의사회 회장님 이하 각 지역 여러 교수님들, 개원의 선생님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25회 바둑명인전은 그간 선배님들께서 쌓아놓은 자리이고 바둑뿐만 아니라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던 교류의 장이었던 것 같아요.” 막상 우승소감이라고 할 것은 없다고 했더니, “바둑은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하는 것”이라며, “지지 않는 사람은 이기지도 않는 사람”이라고 말하며 겸손함을 보였다.


이 대회의 우승한 윤동환 교수는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이다. 환자진료, 학회참석, 연구논문이다 뭐다 바쁠 텐데 바둑을 이렇게 잘 둘 수 있는 비결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바둑은 그냥 어려서부터 뒀고, 아버님과 함께 바둑을 두다가 나중에 초등학교 입학 후부터는 책보고 재미가 있어서 독학했습니다. 학창시절 뛰노는 것보다 앉아서 뭔가 연구하고 몰두하는 걸 즐겼는데 또래친구들과는 달리 활동적인 편이 아니라 바둑에 흥미가 생긴 거 아닌가 생각합니다.” 의료원에도 한돌기우회라는 바둑 동호회가 있다고 한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진료나 세미나 같은 일정 때문에 시간이 맞질 않아 한 번도 참석하여 수를 섞지 못했어요. 허주엽 원장님, 김낙인 교수님, 나현 회장님 등 죄송한 마음이 들 뿐이에요.”라며 아쉬움을 전했다.


사실 윤동환 교수는 바둑돌을 일 년에 두세 번 정도 밖에 잡지 않는다며 매년 1월경에 열리는 치과의사회 대(vs) 의사회 단체전 대회와 6월에 열리는 심평원장배 보건의학인단체전 등, 나현 회장님, 염승희 선생님 등 여러 선후배들과 함께 나가서 좋은 성적을 내기도 했다. 이번 명인전은 윤 교수의 3번째 출전인데 21회 우승, 22회 3위, 25회 다시 우승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남겼다. 벌써 두 번째 우승이라는 말에 깜짝 놀라자, 윤 교수는 “나현 회장님은 5번이나 우승하셨죠.”라며 크게 웃는다.

 
오고가는 바둑돌에 기도오득의 경지에 이르다


윤동환 교수 본인의 바둑 스타일은 기다리고 꾸준히 도모하는 스타일이라고 한다. 그럼 자신의 직업인 의사로서는 어떨까. 바둑과 자신의 직업인 의사와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냐고 물었더니 재활의학과에서는 인간의 전체적인 면을 봐야하는데, 바둑에서도 역시 전체적으로 보게 되는 안목이 필요한 것이 관계가 있다고 했다. 기다릴 줄 알고, 꾸준히 도모하며, 사술이 통하지 않는 세계에서 얕은 수를 부리지 않게 된다는 말을 했다. 결코 얕은 수로 성급히 환자를 진료하면 안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바둑을 두면서 상대방을 심리나 성향이 보이느냐고 묻자, 윤 교수는 문득 “*기도오득”을 꺼냈다. 나긋나긋한 그의 말 뒤엔 “환자를 다스리기에 앞서 그와 친해지고 그를 더 잘 알게 되면 진료의 진리에 다가가듯이, 바둑을 둘 때 상대방의 심리를 파악하기보다는 승부를 진심으로 즐기고 서로를 인정하며 결국 벗이 되는 게 아닐까 합니다. “


모든 스포츠에서 그렇듯이 바둑이라는 스포츠에서의 묘미는 승부에 있다. 사실 지는 건 즐겁지 않다. 하지만 윤 교수의 말처럼 인간은 실수와 패배를 돌이켜 겸손하게 연구하고 늘 자신을 연마하면서 더 단단한 자신의 왕국을 완성해나가는 현재진행형이 아닐까.

 
경희의료원의 대표기사로서 앞으로의 계획에 명인전 2회 우승자로서 이 대회가 의사협회 및 각 지역 선배님들과 함께 계속 대학과 지역사회에서 교류의 장을 마련해야 하는 역할을 하면서 의사로서의 본분을 다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바둑이라는 좋은 스포츠로 내가 헌신하고 희생할 수 있는 부분들이 분명 있을 거라 생각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람을 얻고 화목함을 얻다보면 인생의 교훈과 깨달음을 알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특유의 너털웃음을 터뜨리는 그를 보며 이제 ‘기도오득’의 마지막 단계인 천수를 누리는 것만이 남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 碁道五得(기도오득)


1. 得好友 (득호우) : 바둑은 좋은 벗을 얻는다. 2. 得人和 (득인화) : 바둑은 사람과의 화목함을 얻는다. 3. 得敎訓 (득교훈) : 바둑은 일생의 교훈을 얻는다. 4. 得心悟 (득심오) : 바둑은 마음의 깨달음을 얻는다. 5. 得天壽 (득천수) : 바둑은 천수를 누리게 한다.

김남균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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